광양10·19연구회(회장 김양임)가 여순사건 전국화를 위한 전라남도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학생, 일반시민, 단체 등 지역민을 대상으로 여순사건 광양지역 다크투어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과 14일, 이틀 동안 안내판이 설치된 장소 위주로 코스 점검에 나섰다

광양 동부·서부로 나뉘어 진행된 이날 확인 코스는 ▲광양군청(현 광양역사문화관)▲광양경찰서(현 매일시장 공영주차장) ▲광양서국민학교(현 광양서초등학교) ▲반송재 주령골 입구 ▲솔티재(송치) ▲쇠머리(우두마을) ▲옥곡지서(현 옥곡초등학교) ▲어치리 느재마을(현 어치마을) 학살지 ▲매티재 집단학살지 ▲다압지서(현 다압치안센터) ▲다압북국민학교 (현 금천 메아리휴양소) ▲봉강북초등학교(현 봉강 햇살수련원) ▲옥룡면 동곡 빨치산 주둔지 등 13곳을 동선과 시간 안배 등을 고려해 진행했다.

추가로 설치된 봉강북초등학교(현 봉강 햇살수련원), 옥룡면 동곡 빨치산 주둔지, 옥룡 가마고개 등도 확인 코스에 포함됐고, 봉강북초등학교와 옥룡 가마고개는 12일에, 옥룡면 동곡 빨치산주둔지는 13일에 진행했다.

하지만 코스 확인에 나선 연구회원들은 13일, 가마고개 코스 확인 도중 다소 황당한 일을 겪었다.

회원들은 봉강북초등학교 내에 설치된 안내판을 확인한 후 옥룡으로 넘어가는 가마고개에 이를 쯤 여기일까, 저기일까? 하며 안내판이 세워진 위치를 찾아 머리를 맞대던 중 겨우 위치를 찾을 수 있었지만 안내판은 보이지 않았다.

설치 작업 도중에 촬영한 사진까지 확인하고 온 터라 당연히 세워져 있을 줄로만 알았던 안내판은 흔적도 없었던 것이다.

회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분명 여기에 세운다고 사진까지 확인했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하고 있는데 어느 틈엔가 갑자기 검정색 승용차 한 대가 스르르 멈추더니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두 사람이 내렸다.

조수석에서 내린 한 사람이 회원들에게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을 가리키며 ‘여기 산 주인이다’고 말했다. 운전석에서 내린 한 사람이 “무슨 일인데 남의 땅 앞에서 서성이느냐.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고 회원들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자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이 “왜 남의 땅 앞에 사람 죽었다는 표지판을 세우려 하느냐, 원래 위치도 여기가 아닌데, 세우려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서 세우든지 하라. 노모가 언짢아 하신다”며 역정을 내다시피 했다.

회원들은 “무슨 말인지 알겠다. 우리는 단지 다크투어 코스 확인차 안내판 위치를 확인하러 온 것 뿐이다. 시와 협의할 부분인 것 같다”고 응수하고 자리를 뜨려 하자 “다시 설치한다 한들 그대로 두겠느냐”며 자신의 땅 앞에는 절대 세우면 안될 것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회원들의 차량 번호를 메모지에 적기도 했다.

주민과 있었던 상황이 종료된 후 확인을 해 보니 가마고개 희생지에 안내판을 설치하려고 했던 야산 입구는 개인 땅이 아니라 시유지라서 세워도 되겠다 싶어 설치하려 한 것이었는데. 산 소유주가 강하게 민원을 제기해서 설치 도중 다시 파냈고, 설치 장소를 옮겨서 세우기로 했다는 것이다.

광양10.19연구회 다크투어 관계자는 “땅 주인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엄연한 시유지에 세운 것을 자기 땅 입구라고 해서, 또 불쾌하다는 이유로 강력하게 민원을 제기하는 것은 많이 아쉽다”며 “한국현대사의 비극이자 광양의 아픈 역사적 사실에 공감하고, 교훈 삼고자 하는 의미 있는 일에 작은 돌부리처럼 걸리는 것이 민원일 줄은 몰랐다”며 씁쓸해했다.

한편, 광양의 여수·순천10·19사건 ‘유적지 안내판’에 새겨진 문안은 광양10·19연구회가 광양시지, 진실화해위원회조사보고서, 2009년 전남대학교 용역보고서, 2013년 광양시의회 보고서, 광양시 유적지 현황 조사보고서, 여순사건 관련 학계 자료 등에서 발췌·인용해 정리했다.

설치는 지난해 유족대표, 유족회 등 민관협의회 위원 8명이 참석한 ‘2024년 제1차 광양시 여수·순천 10·19사건 민관협의회’를 거쳐 문안 내용과 사진 위치 등을 확정했다.

광양10·19연구회 다크투어 팀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먼지 쌓인 안내판을 깨끗이 닦고, 준비 해 간 300개의 노란리본을 달아 백운산을 찾는 시민들에게 백운산이 품은 여순사건의 의미를 되새 길 수 있도록 했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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