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메르인들은 관음증이 심했다고 한다. 남편들이 아내의 음부를 오랫동안 쳐다보면 행운이 찾아오거나 부자가 된다고 했다는 것. 이런 말도 안 되는(하긴 시대가 지나면 풍습 대부분이 말도 안 되는 것들이지만) 기록이 지금까지도 버젓이 남겨졌다고 하니 참으로 민망스럽기 그지없다.

아니, 중세 수도사들은 딜도를 즐겨 사용했다고 하니 성은 태초부터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도 민감한 문제였던 것을 알 수 있다. 성의 문화사는 직선적인 프로세스가 아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성숙하거나 발전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겉으로는 아닌 척 할 수 있지만, 내면까지는 아닌 척 할 수 없는 게 바로 인간들의 性이다. 유명한 화가들 역시 세미 포르노그라피를 즐겨 그린 것으로 봐서 수요가 있었다는 방증이다. 성은 단순히 남녀가 성기를 맞추는 몸 놀이가 아니다. 거기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어떤 의미가 깃들어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되었다는 ‘아인사크리’라는 조각상만 해도 그렇다. 이 조각상은 남녀 성교모습을 예술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성은 시대를 불문하고 가장 민감한 주제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쿠르베의 작품 ‘잠자는 여인’ 역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누가 보더라도 한 눈에 동성애라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주의를 선호해 온 쿠르베다운 화풍이다. 현재도 이 그림은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양한 평가를 받고 있다. 쿠르베는 ‘세상의 기원’이라는 제목을 달고 여성의 음부만을 그려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잠자는 여인들’ 역시 살롱에서 전시되었을 때 외설적인 이유로 엄청난 비난을 받기도 했던 작품이다. 풍속화의 대가였던 김홍도도 운우도첩(雲雨圖帖)이라는 춘화를 그렸던 것으로 보면, 성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은밀하고도 내밀한 쾌락이 아니었을까 싶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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