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이 되면 들녘엔 노란 벼가 익어가고 마을 곳곳에는 탐스러운 주홍빛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것을 볼 수 있다.

예로부터 감나무는 일곱가지 덕이 있다고 한다.

오래 살아 수명이 길고 그늘을 만들며 새가 집을 짓지 않고 벌레가 잘 먹지 않으며 단풍이 아름답고 열매가 먹음직스러우며 낙엽은 좋은 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의 농촌에는 감나무가 유난히 많았고 집 마당에는 어김없이 감나무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천연비타민의 보고라고 불리는 감에 대해 알아보자.

감기 예방 효과 … 소화기질환 치료에 도움

감의 유래

감은 동아시아의 과수로서 한국, 중국, 일본이 원산지이다.

우리나라에서 감이 언제부터 재배되었는지 정확한 기록은 찾기 어렵지만 알려진 바에 의하면 고려인종(1138년)때 고욤에 대한 기록이 있고 조선 초기에 감이 진상물로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재배가 시작된 것은 조선 초기 이전일 것으로 추측된다.

비타민의 제왕인 감

감에서 떫은 맛을 내는 성분은 탄닌이다.

다 익지 않은 감은 떫은 맛을 내고 다 익거나 우린감(침시), 곶감은 단맛을 내는데 이것은 수용성이던 탄닌이 불용성이 되어 떫은 맛을 느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같은 품종의 감이라도 추운 지방에서 자란 것이 탄닌의 함량이 높다.

감의 주성분은 당질이 15~16%로 포도당과 과당의 함유량이 많고 감에서 가장 중요한 영양소는 비타민C이다.

비타민C는 한 개당 30㎎ 가량 들어 있어 사과보다 8배나 많고 귤의 두 배나 되는 양을 함유하고 있다.

특히 감에 들어있는 비타민C는 비타민C 전구체로서 일반 비타민C와 달리 열이나 물, 공기 등에 노출되었을 때 쉽게 파괴되지 않는다.

감은 비타민류와 펙틴, 칼슘, 카로틴도 함유되어 있다.

그러나 다른 과일이 많이 가지고 있는 신맛을 내는 유기산인 구연산과 사과산은 0.2% 밖에 들어있지 않다.

감의 주홍빛 색깔은 그 자체가 비타민이라고 할 수 있으며 주홍색은 카로틴계의 색소로 우리 몸속에서 비타민A로 변한다.

감의 효능

감은 영양가치가 매우 높은 과일 중의 하나로 옛날부터 숙취의 특효약으로 중시되어 왔다.

알콜의 산화 분해를 도와주는 성분이 과당과 비타민C이기 때문이다.

또 칼슘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서 이뇨작용에도 효과적이다.

특히 체내에서는 비타민A로 변하는 카로틴과 비타민C의 상승효과로 몸의 저항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감기 예방에도 효과적이며 위궤양이나 설사 등의 소화기 질환에도 좋은데 이것은 감에 많이 들어있는 탄닌산의 강한 수렴(收斂)작용 때문이다.

수렴작용이란 피부를 수축시키는 것을 말하는데 떫은 감을 한입 물어보면 입안 가득찬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바로 수렴작용 때문이다.

감의 탄닌산은 지혈작용이 있어서 뇌일혈 증세가 있는 사람에게 좋으며 모세혈관 강화작용도 있어서 고혈압 등 순환기계 질환의 예방 및 치료에 좋다.

감은 화상에도 사용하는데 떫은 감을 으깨어 환부에 듬뿍 바르면 곧 낫는다.

동의보감에서는 목이 아프거나 갈증이 있을 때 홍시를 먹도록 하고 위가 약해서 소화가 잘 안되는 증세에도 곶감을 먹는 것이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암 예방과 시력에도 효과

감에 많이 들어있는 색소인 크립토크산틴은 카로틴의 5배의 항암작용이 있고 베타타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A로 전환되기 때문에 폐암 및 취장암 예방에 효과가 크다고 한다.

주황색이 짙은 감에는 리코펜이라는 색소가 있는데 이는 강한 항산화성을 띄고 있어 전립선암, 유방암, 식도암, 자궁암 및 폐암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또한 감의 색소인 베타카로틴과 크립토크산틴은 체내에서 비타민A의 효력을 가짐으로 눈의 피로나 시력강화에 효과가 있으며 감즙은 예로부터 중풍의 명약으로 알려져 있고 감꼭지를 달여 마시면 딸국질을 멎게 하는 묘약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런 사람은 피한다

여러가지 영양으로 효능이 좋지만 감은 떫은 맛을 내는 탄닌이라는 성분 때문에 변비를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탄닌은 수렴작용(수분흡수)이 강해 장에서 수렴작용이 나타나면 수분을 빨아들여 변비가 쉽게 생긴다.

그러나 하루 한 개 먹는 정도로는 아무런 영향이 없으며 그래도 변비가 걱정된다면 탄닌 성분이 많이 줄어든 홍시를 먹거나 곶감을 잣과 함께 먹으면 된다.

또한 감은 찬 음식에 속하므로 위가 냉한 사람들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감을 죽으로 하여 먹으면 찬기운이 많이 완화된다.

또 빈혈이나 저혈압인 사람도 좋지 않은데 이것은 감의 탄닌이 철분과 결합하여 철분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익은 감이나 홍시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감을 많이 먹으면 몸이 냉해진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는데 이것은 탄닌이 철분과 잘 결합하기 때문에 빈혈을 일으키기 쉬운데서 유래한 것이다.

감은 식후에 디저트로 먹는 것보다는 소화가 다되고 속이 비었을 때 먹는 것이 철분의 흡수를 방해하지 않아서 좋다.

한편 감을 도토리묵과 함께 먹을 경우엔 도토리묵에도 탄닌이 많기 때문에 변비가 심해지니 주의해야 하며 게와 감을 함께 먹으면 소화불량을 수반하는 식중독에 걸리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감잎차는 비타민 C의 왕

감잎에는 레몬보다 20배 이상 비타민C가 함유되어 있고 딸기가 80mg, 귤이 40mg 함유된데 반해 보통 감나무잎에는 500mg, 어린 감나무잎에는 무려 1000mg의 비타민C가 들어있다.

비타민C의 왕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음이다.

또한 감잎에는 피를 맑게 해주는 폴리페놀 성분이 들어 있어 지혈, 혈압강하작용, 이뇨작용, 고혈압, 신장병에 좋다. 감잎차를 마시면 감기를 예방해줄 뿐만 아니라 피부를 곱게 해주기도 한다.

녹차를 비롯한 일반적인 차들이 대부분 알칼리성이라 공복에 마시는 것은 피하라고 하지만 감잎차는 약산성을 띄는 특이한 식품으로 공복에 마셔도 아무런 해가 없다.

감잎은 5월이나 6월에 어린잎을 따서 얇게 썬 다음 1분 30초 정도 찐 후 그늘에 말려서 밀폐된 용기에 담아 감잎차로 마시면 좋다.

감잎을 찌지 않으면 효소에 의해서 색깔이 누렇게 변하고 감잎을 너무 오랫동안 찌면 비타민C가 파괴되므로 감잎차를 만들 때에는 살짝 찌는 것이 좋다.

그러나 감잎은 약산성이기 때문에 가능한 알칼리성 약초차와 함께 마시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으며 변비가 심한 사람은 감잎차를 많이 마시는 것을 피해야 한다.

감식초 효능

감식초는 탄닌과 비타민C가 풍부해 음식물의 산성농도를 저하시켜 보존력을 높이고, 신맛을 통해 소화액의 분비를 자극시켜 입맛을 돋우며 피로를 빠르게 회복시켜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감식초는 맛이 부드러워 그냥 마셔도 좋으나 냉수나 우유, 꿀물, 주스 등에 1대10 비율로 섞어 하루 3회 정도 마시면 좋다.

또한 요리를 할 때 일반 식초대신 사용하면 감칠맛과 함께 향을 느낄 수 있다.

무좀이나 벌레에 물려 가려운 곳에 바르면 효과가 있다.

감식초 만들기

감식초를 만들려면 소쿠리나 체에 감을 담고 밑에 그릇을 받친 뒤 벌레가 들어가지 않도록 잘 덮어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밑에 받쳐둔 그릇에 감물이 고인다.

이 감물을 병이나 다른 용기에 담아 밀폐하여 1년 정도 숙성시키면 신맛과 함께 풍미가 짙은 식초가 만들어진다.

숙성 기간이 길수록 검은색으로 바뀌며, 맛이 부드럽고 유기산 함량이 많아진다.

사용 후에는 햇빛이 닿지 않는 상온이나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오래 보관하면 산도가 높아져 침전물과 함께 마개 부분에 하얀 백태가 생기기도 하는데 자연발효 현상이기 때문에 식초의 효능에는 이상이 없다.

감식초를 만드는 적기는 11월로 잘 익은 감이 좋다.

요즘 어디를 가든 단풍과 함께 주렁주렁한 감이 가을을 풍요롭고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그러나 아침 저녁으로 옷깃을 여미게 하는 바람이 불어와 감기에 걸린 사람들로 병원이 만원이라고 한다.

건강한 몸으로 추운 겨울을 잘 나기 위해서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칠맛 나는 감, 비타민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감으로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것은 어떨까!

조경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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