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술이 아닌 음료라고 한다면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와인을 즐긴다는 것은 특정계급의 문화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여기는 이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와인은 서서히 우리의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와인 한 잔이라는 말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와인의 대중화는 눈에 띄게 다른 모습을 하고 어느새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으니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최고급 와인이란

입 안에서 그 느낌이 오래가며, 삼켰는데도 불구하고 머금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있는 와인을 최고급 와인이라고 한다.

또한 오래 둘수록 좋은 맛을 내며 개봉한 후 며칠이 지났는데도 아직 맛이 살아 있다면 최고급 범주에 속하는 와인이라고 꼽을 수 있다.

집에 있는 와인, 언제 마시면 좋을까

집에 있는 와인은 언제 마시면 가장 좋은가.

답은 지금 바로 마시는 것이 좋다.

와인 자체가 빨리 마시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 소요되는 와인은 숙성력이 미약하고 저장에 알맞은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두고 마시는 것 보다는 바로 마시는 게 좋다.

또한 마시고 남은 와인은 사실 남기지 않는 것이 최고다.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항 가운데 하나는‘와인은 오래 둘수록 맛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정말 와인을 묵히면 맛이 더 좋아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와인은 극히 드물다.

개봉했을 때보다 더 좋은 맛을 주는 와인도 간혹 있지만 보통 와인은 그날부터 쉬기 시작한다.

따라서 생기 없는 와인은 이미 와인이 아니며 거품 빠진 맥주와 비슷하다.

병을 따면 남김없이 바로 마시는 것이 좋다.

궁합 따져서 와인 선택한다

생선요리에 화이트와인이 어울리는 것은 화이트 와인의 산미가 생선의 맛과 조화되기 때문이고 레드와인이 육류요리와 잘 어울리는 이유는 탄닌 성분이 육류요리의 기름기와 짙은 맛을 잘 조절해 주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고기 요리에는 레드와인, 생선 요리에는 화이트와인이 어울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화이트와인에 고기, 레드와인에 생선이 어울릴 수도 있다.

생선에는 담백한 조기도 있지만 기름기가 많은 연어도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 좋다라고 규정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기도 육즙이 풍부한 쇠고기에는 당연히 레드와인이 좋지만 음식의 질감이나 기름기를 고려해서 와인과 궁합을 따지는 것이 현명하다.

와인은 향기부터 마신다

누구든 술을 못 해도 와인은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코만으로도 와인의 향내를 80%까지 맡을 수 있으며 나머지 20%는 입이 담당한다.

그래서 “향기는 코로, 맛은 입으로”라는 말이 있다.

또한 와인은 먼저 향기부터 마시라고 한다.

와인의 매력은 향기이기 때문이다.

잔을 기울여 색을 들여다보고 충분히 향을 맡은 다음 맛을 보는 사람이 와인 애호가이다.

향을 맡았으면 이제 맛을 음미하자.

입은 와인의 질감, 강도, 여운을 느끼며 입 안에 와인을 한 모금 담아 혀를 굴려가며 이리저리 보내 보라.

입 전체가 와인의 향기로 피어날 것이다.

와인의 매력은 겉멋이 아니라 즐기는 데에 있다는 것도 알아두자.

와인은 종류에 따라 잔도 다르게

화이트와인이나 레드와인에 사용하는 잔이 각기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골프 하러 갈 때 프로 골퍼가 아니더라도 상황에 따라 골프채를 고르듯이 와인도 마찬가지다.

와인의 종류에 따라 잔을 달리 골라야 와인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화이트와인은 폭 좁고 작은 잔이 제격

화이트와인의 음용 온도는 보통 10℃ 내외다.

잔이 작은 것은 온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데 신맛의 줄기가 혀에 내리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화이트와인을 마실 때는 폭이 좁고 약간 작은 듯한 잔이 좋다.

화이트와인의 본질은 신맛인지라 침이 흥건히 고이는 신맛이 폭 넓게 잔에서 흐른다면 그 신맛에 몸서리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폭을 좁혀 설계한 작은 잔이 화이트와인에 제격이다.

레드와인은 맛과 향 듬뿍 담기는 큰 잔으로

레드와인을 마실 때는 폭이 넓고 큼직한 잔이 좋다.

화이트와인 잔보다 크고도 넓은 잔을 사용하는 이유는 화이트와인보다 더 많은 성분을 잔에 담기 때문이다.

레드와인은 포도를 터트려 껍질에서 수분과 색깔이 나오도록 하여 즙과 껍질을 계속 함께 두었다가 여러 날이 지나서 껍질로부터 즙을 따로 거두고 껍질에 남은 수분을 짜낸다.

그러니 처음부터 짜낸 화이트와인에 들어있지 않은 성분들이 레드와인에는 들어 있다.

따라서 다양한 성분의 냄새를 맡고 맛보려면 큰 잔이 필요하기에 레드와인은 큰 잔에 마시는 것이다.

와인 잔은 목만 잡아야 할까!

대부분 사람들은 와인 잔을 잡을 때 목 대신 잔을 잡으면 온도가 올라가니 꼭 목을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와인 잔은 꼭 기다란 목을 잡아야 할까.

감싸듯 쥐면 안 되는 것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NO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잔을 잡고 있어야 겨우 몇 도 올라가며 잔을 잡아도 술 맛이 떨어질 정도로 온도가 올라가지 않기 때문이다.

정석으로 본다면 와인 잔은 긴 목을 잡는 것이나 그렇지 않는다고 해서 와인에 대해 문외한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잔을 들고 계속 얘기하지 않고 마신 즉시 내려놓기 때문에 편한 자리라면 형식에 얽매일 필요 없이 잔을 잡아도 상관은 없다.

백운플라자 임병삼씨에게 듣는다.

와인을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임병삼(포스웰 백운플라자 지배인)씨를 만났다.

“백운플라자에서 와인을 취급한지는 4년째 됩니다.

와인이 21세기를 이끌어 나갈 화두가 되리라는 판단으로 와인을 취급하기 시작했지요.

그 때부터 와인을 제대로 알고 판매하자는 생각에 와인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운 것이 와인 공부인 것 같아요.

하늘에 별만큼이나 종류가 많은 와인에 대해 한마디로 이것이다 라고 말하기가 어렵거든요”

백운플라자에서만 12년째 근무를 하고 있다는 임병삼씨는 와인에 대한 견해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꼬집어 말하기가 조심스럽다고 한다.

와인은 즐기기 위해 마셔라

그는 김치가 각 지방마다, 입맛마다 다르게 담는 것과 같다는 비유로 설명을 했다.

“와인은 각 나라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물론 일조량, 강수량, 토질, 기후, 물 등 자연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만큼 와인의 맛은 여러가지 조건에 따라 천차만별이지요.

그 중에서 백운플라자를 찾는 고객은 이태리, 프랑스 와인을 가장 많이 찾으며 즐겨 마십니다.

또한 와인은 즐기기 위해 마시는 것이며 와인은 알고 마셔야 맛과 향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고 강조한다.

취하기 위해 마셨던 술과는 다르다는 뜻이다.

와인은 술이 아니에요

“와인은 술이 아니에요. 음료죠.

와인은 단 1%의 물도 혼합되지 않은 100% 원액 제품이거든요.

따라서 질 좋은 와인은 분명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죠.

그래서 입맛과 취향에 맞는 와인을 고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할 수가 없어요”

김병삼씨는 와인에 대한 애착이 대단했다.

그래서인지 좋은 와인을 고르는 방법까지 세심한 설명을 이어갔다.

“일단 명성이 있는 회사의 와인을 고를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와인 가격은 종류나 년도에 따라 차이가 많습니다.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너무 값싼 와인보다는 적당한 가격의 와인을 선택하세요.

너무 싼 와인은 혼합물이 첨가된 것도 있기 때문에 당연히 질 좋은 와인이라 할 수 없죠”

김병삼씨는 포스코 평생교육관에서 와인에 대한 강의를 했다.

또한 그는 백운플라자를 찾는 고객들이 요청할 경우 교육은 물론 와인에 대한 간단한 상식이나 매너, 어울리는 음식 등을 알려주고 있다.

와인이란 비싼 술이며 아무 때나 마실 수 없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은 이미 우리 곁에 와인이 함께 하고 있음이 아닐까.

분위기에 빠져도 좋을 가을에 걸맞게 와인의 깊은 맛에 젖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여 오늘은 집으로 향하는 길에 레드와인 한 병 사 들고 들어가 살짝 취해봐야겠다.

조경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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