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청에 근무하는 이회경 주무관의 어머니, 오은심 여사가 최근 자서전적인 에세이 ‘시들고 싶지 않은 꽃’을 출간,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한 여인이자 아내이고 어머니인 오은심 여사가 팔십 평생을 살아오며 겪은 삶의 흔적과 무늬를 가감없이 진솔하게 그려낸 인생 기록물이다.

오은심 여사는 특별히 글쓰기 지도를 받은 적은 없지만 읽기와 쓰기를 좋아해 30여 년간 매일 일기 형식의 글을 써 왔다. 하루도 빠짐없이 ‘생활글’ 형태로 인터넷에 올린 글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얻었다. 문예지에서 투고 요청을 받기도 했고 지역 언론사와 인터뷰도 했다.

생활글에는 사별한 남편을 향한 눈물겨운 그리움도 어머니이자 할머니로서 자식들과 손주들에게 보내는 사랑도 꾸밈없이 적었다. 늦깎이로 배운 자동차 운전, 여행의 추억과 행복, 모두 놀랍도록 구체적이고 섬세한 문체로 담겼다.

특히, 세월이 흘러도 시들고 싶지 않은 생의 의지가 여리지만 강인한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난다. 그래서 ‘세월은 나의 몸을 시들게 했지만, 마음속 꽃은 여전히 피어 있다’는 문장은 독자들의 가슴에 긴 여운을 남긴다.

홍석주 인문학자는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책이 있다. 하나는 머리로 쓴 책이요, 다른 하나는 가슴으로 쓴 책이다. 가슴으로 쓴 책은 굳게 닫힌 마음에 균열을 일으키기 마련인데, 이 책이 바로 그러하다”고 평했다. 이어 “시들고 싶지 않은 꽃은 단순한 생활 이야기를 넘어, 묵묵히 삶을 살아낸 한 여인의 인생 찬가다. 커피 석 잔 값에 불과한 돈으로 80년의 인생을 살 수 있다면 이보다 값진 소비가 어딨겠는가, 거기에 감동이라는 에피타이저는 덤”이라며 적극 추천했다.

이 책을 접한 한 독자는 “오은심 여사의 삶이야말로 질박한 우리 어머니 세대의 이야기”라며 “평범한 한 여인의 삶이 이토록 서정적이고 깊이 있는 사유를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오 여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을 출가시키고 독서로 삶의 여백을 채우다 우연히 다이어리에 그날의 여정을 기록한 것이 삼십여 년간 이어지게 됐다”면서 “취미로 쓴 글이라 투박하지만 자식들 덕분에 책으로 묶고 보니 그럴싸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책은 지금까지 걸어온 삶을 반추해보는 거울이자, 나 자신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이라면서 “자식들이 ‘엄마’ 불러보고 싶은 날에 한 번씩 떠들어 보고, 내 다음에 오는 소중한 생명들에게 전해지고, 이 책을 읽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가 된다면 바랄나위 없겠다”고 전했다.

누구나 사유의 조각들을 쓰고 공유할 수 있는 시대지만 팔순을 바라보는 황혼의 나이에도 재잘재잘 새들의 노랫소리에도 설레는 섬세하고 서정적인 감성으로 생을 돋을새김한 오은심 작가의 글은 세대를 불문하고 깊은 감동과 울림을 주는 영혼의 모음(母音)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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