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성 수 하늘씨앗교회 목사

단군신화에 보면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나온다. 다 알다시피 곰은 백일동안 견딘 대가로 웅녀(熊女)가 되었고 그 웅녀는 환웅과 결혼해 단군을 낳았다. 물론, 신화에 불과하지만 그 의미가 담고 있는 뜻은 무궁무진하다. 인간들은 이런 신화적인 장치를 통해 삶의 일회성을 초월하고 영원한 세계와 접촉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게 마련이며, 그 속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 여기서 곰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힘이나 용맹이 아니라, 참을성이었다.
아무리 맹수 중의 왕이라고 해도 참는 것 앞에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게 마련이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 민족은 수많은 외세의 침략에도 불구하고 결코 정복당하지 않은 끈기를 보여주었다. 비록 일본의 식민지로 고생을 좀 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독자적인 문화를 일구며 지금까지 고유한 전통을 이어 오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배워야 할 지혜가 있다. 무엇인가 완성을 하기 위해서는 깊이 생각하는 것은 물론, 참을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곰처럼 참다 보면 길이 보이게 마련이다. ‘곰’이라는 글자를 거꾸로 하면 ‘문(門)’이 되는 것처럼 결국 인내하는 가운데 문제의 해답을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너무 조급(躁急)하게 사는 거 같아 안타까운 마음 이루 말할 수 없다. 물론, 스피드 시대라 속전속결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 많지만 그럴수록 진득하게 참고 생각하는 힘이 필요하다.

명심보감에 보면 인일시지분(忍一時之憤)이면 면백일지우(免百日之憂)니라고 했다. 잠깐 동안의 분을 참으면 백일동안의 근심을 면할 수 있다는 말이다. 피타고라스도 말하기를 노여움은 항상 어리석음에서 시작해 후회로 끝난다고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교도소에서 고생하고 있는 사람의 태반이 인내심 부족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참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人間)은 인간(忍間)이 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성인의 반열에 드는 인간(仁間)으로 불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창의성을 생명으로 여기는 미래 시대일수록 생각하는 힘이 필요한 법인데, 그 생각하는 힘은 바로 인내하는 중에 주어지게 마련이다. 사실 사람됨의 깊이와 행복은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로 찾아 올 때가 많다. 디지털은 전자 숫자만을 보여주는 것이 전부라면 아날로그는 시계초침과 분침을 전부 세어야 하기 때문에 오감을 총 동원해야 한다.

즉, 주변 정황을 모두 헤아려야 비로소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된다. 나처럼 황혼기에 접어든 사람이 바라는 희망은 대부분 소박하게 마련이다. 찬찬히 생각하고 깊이 생각하는 것을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새 것보다는 때가 묻고 오래된 것 속에서 흘러간 시간을 다시 음미하게 된다.
서로를 가슴에 품고 오랫동안 생각하는 것처럼 중요한 일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자고로 인내는 어떠한 괴로움에도 듣는 명약이며, 또한 가장 의술이 뛰어난 의사라고 했다. 바라기는 올해는 조금 더 참고 인내하면서 그렇게 살았으면 싶다.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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