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온갖 욕망들이 구름처럼 피어 올라
우리 마음을 어지럽힌다 해도 하늘의 바탕이 본래 변함없듯이
우리들 마음 바탕 또한 순수하고 깨끗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직도 한 낮은 무더운 여름의 열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파란 하늘을 보니 가을이 이미 도착했음을 알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조만간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가을이 우리들 곁으로 성큼 다가 올 것이다. 필자 생각에 하늘이 아름다운 것은 변화무쌍한 구름들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구름이 펼치는 퍼포먼스는 그야말로 한편의 아름다운 그림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구름이 시시각각으로 생성되는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몇 가지 작용 때문임을 알 수 있었다. 먼저 대기의 불안정이다. 일광(태양광)의 지표면 가열로 인해 뜨거워진 공기가 상공의 찬 공기 쪽으로 상승한다.

대류에 의해 찬 공기는 반대로 뜨거운 공기 밑으로 내려가려 한다. 뜨거운 공기가 상승기류를 만들어내는 곳에는 국지성 저기압이 형성되면서 구름이 만들어지는 여건이 갖추어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기가 불안정하다 해도 수증기가 없이 황량하고 건조한 날씨라면 구름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국지성 집중호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폭우는 어딘가로부터 지속적으로 수증기를 공급받기 때문이다. 또한 지형지물도 구름생성에 한몫을 한다.

바람이 불어가는 쪽에 산맥 등이 장벽처럼 가로막고 있다면,] 흐르던 공기는 산맥 위로 강제 상승한다. 이 과정에서 마찬가지로 응결고도에 도달하면 구름이 형성되는 것이다. 태백산맥이나 알프스 산맥 등 높은 산지에 항상 구름이 끼어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조건들이 결합해 다양한 구름이 생성된다. 18세기 즈음에는 구름의 생성을 ‘기포이론’으로 설명했다고 한다.

이 가설에 따르면 아주 깨끗한 기포가 물을 담은 채 올라가면 구름이 되고, 이 구름을 구성하는 기포가 태양열을 받아 터지면 그 안의 물이 지상으로 떨어지는 게 비라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적 방법론이 점차 발달하자 이 가설은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구름의 색이 하얀 이유는 대개 구름은 태양광을 산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분히 많은 수증기가 모여 있다면, 오히려 태양광을 흡수함으로 인해 짙은 잿빛을 띠게 된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먹구름이다. 구름을 구성하는 물 입자는 대기와의 마찰과 구름 내부의 상승기류로 인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만일 이것들을 이겨낼 만큼 물 입자들이 충분히 병합되었다면, 그때부터는 지상으로 떨어지게 된다. 우리가 흔히 비라고 부르는 현상이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구름 중에는 상당히 비정형적이고 양털 같은 느낌의 것이 있고, 상당히 매끈하고 잘 빠진 모양의 구름이 있다. 보통 전자보다 후자가 더 난류가 심하고 바람이 거세게 분다.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로 삿갓구름과 렌즈구름, 특히 모닝글로리를 들 수 있는데, 이들 구름들은 비행기에게는 그 존재 자체로 이미 접근 금지 신호가 된다.

이처럼 구름은 온도와 바람에 따라 다양한 변신을 거듭하면서 자연에 이로운 비를 뿌리기도 하고 태풍을 불러 일으켜 해를 미치기도 한다. 구름과 관련해 교훈을 주는 문장이 하나 있는데 바로 ‘운거운래천본정(雲去雲來天本靜)이요. 화개화락수상한(花開花落樹常閑)이 그렇다. 구름이 일어났다 사라져도 하늘은 본래 고요하고, 꽃이 피고 지지만 나무는 항상 한가하다는 말이다.

비록 온갖 욕망들이 구름처럼 피어 올라 우리 마음을 어지럽힌다 해도 하늘의 바탕이 본래 변함없듯이 우리들 마음 바탕 또한 순수하고 깨끗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독 여름이 길어 ’추석‘이 아닌 ’하석‘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올 여름도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이제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었다. 가을의 시작은 역시 높아진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구름의 퍼포먼스를 보는 맛이렷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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