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계가 연일 30도를 웃돌고 있다. 이런 날씨에는 밖으로 나간다는 자체가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바짝 기온이 높아야 곡식도 잘 영글어 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고마운 일이다. 지난 2일 주말 무작정 광양읍 중앙도서관으로 행차했다. 그곳에 가면 다양한 볼거리를 위시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수준을 넘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끝없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시민에게 무료로 개방하는 공공도서관이 등장한 것은 근대 이후의 일이다. 중세에는 귀족과 성직자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 당시에는 책이 워낙 귀한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맹률이 높아 일반시민들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동양에서도 책은 양반 계층 이상만 접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근대 교육의 확대와 인쇄술의 발달로 공공도서관은 비로소 서민들 곁으로 찾아오게 되었고, 책을 통해 자신의 자아를 확장시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세계 최초 도서관은 미국 보스턴 공공도서관으로 1854년에 문을 열었다.

한국의 경우는 1901년 부산시립도서관이 최초의 공공도서관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광양시도 인구 비례에 비교해 따져보면 타 지자체보다 도서관이 좀 더 많은 편이다. 도서관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내면을 갈고 닦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좋은 도시, 품격 있는 도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들이 많아야 좋은 도시로 성장하게 되는 법인데. 도서관이야말로 성장의 가장 좋은 발판이 되는 셈이다.

책을 보다가 실명까지 하게 된 유명한 작가 보르헤스는 “인간이 창안한 도구 중 가장 뛰어난 것은 책이다. 다른 도구들은 인간의 몸이 확장된 것이지만 책은 기억과 상상력의 확장이다”고 말했는데 참으로 타당한 말이지 싶다. 돈이 없이도 책은 얼마든지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도서관은 정보격차를 줄이는 위대한 민주기구중의 하나다.

특히 새로운 아이디와 지식을 마음껏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은 최고의 학교이며 최상의 교육 기관이다. 과거, 현재, 미래가 만나고 기억과 상상력이 융합되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도서관이 최고의 ‘피書지’로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지난 2일 남녀노소 없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몰래 카메라에 담아왔다. 역시 책장 곁에서 서성이는 사람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이 호모사피엔적인 존재로 등극한 데는 역시 ‘호모 부커스’ 즉 책을 읽는 인간이 되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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