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순천 10·19사건 76주기 정부 합동추념식이 지난 19일, 보성 한국차문화공원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추념식에는 박선호 여순 전국유족 총연합 상임대표와 유족 600여명을 비롯, 우원식 국회의장, 한덕수 국무총리, 김영록 전남도지사, 김태균 전남도의회 의장, 주철현·조계원·김문수·문금주·권향엽·신정훈·박균택·천하람 국회의원,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 김대중 전남교육감, 정기명 여수시장, 김순호 구례군수, 김철우 보성군수, 공영민 고흥군수 등이 참석했다.

‘76년의 여순10·19, 아픔을 넘어 진실과 희망의 길로’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추념식은 여순사건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 사이렌을 시작으로, 경과보고 영상, 헌화 ·분향, 추념사, 유족사연 낭독, 추모곡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박선호 전국유족총연합 상임대표의 추념사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여순10·19사건의 희생자인 고(故) 이병권 씨가 다시 세상에 나와 여든이 다 되어가는 아들 이찬식 씨에게 전하는 편지는 여순사건의 슬픔과 통한을 고스란히 전해 참석 유족과 도민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박선호 전국유족총연합 상임대표는 “여순 10·19 광풍속에서 희생자들의 가족과 후손들은 그들에게 덧씌워진 빨갱이, 반란군이라는 감당하기 어려운 굴레를 짊어진 채, 평생을 좌절과 절망속에서 오랜 시간 동안 국가와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슬픔과 통한으로 점철된 질곡의 세월을 견디며 살아왔다”며 “다행히 지난 2021년 7월 ‘여순사건특별법’이 제정됨으로써 좌절과 절망의 긴긴 세월 속에 숨어 살다가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시대를 맞아 여순 10·19 진실의 아픔을 통곡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순사건은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이다. 힘없는 우리 유족들은 역사적 중요성에 비해 역할과 노력이 부족하고, 세월이 흐를수록 세상을 등지는 유족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여순사건이 대한민국 역사로 정당하게 규명되고 진실이 명백히 밝혀져 명예회복이 되는 그 날이 억울하게 희생되신 우리들의 부모님을 만나고 싶은 날이다”고 덧붙였다.

또, 지금까지 여순의 눈물을 닦아 주시기 위해 따뜻한 성원을 보내주신 정부와 정치권 뿐 만 아니라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진상규명 신고기한, 조사기한 연장, 특별재심 및 직권재심 등 특별법 개정안이 신속하게 통과 될 수 있도록 이 자리에 참석하신 정부와 정치권 관계자께서 다시 한 번 따듯한 관심을 가져 힘을 모아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호소했다.

특별법 제정 이래 세 번째 정부 후원행사로 추진한 이번 추념식에 정부 인사의 추모도 이어졌다.우원식 국회의장의 추념사는 유족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저는 오늘 대한민국 국회를 대표해 이 자리에 섰다. 긴 세월, 여순 유족들이 숱한 눈물을 삼키며 서럽게 지켜온 길에 이제 국회가 함께하고 있다는 증표로 기억되기를 바란다”며 “여순사건은 제주 4.3과 함께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아프고 불행했던 역사이자 아직도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역사이다. 여수·순천 10·19 사건 특별법 개정이 지체되어 면목이 없다. 진상규명과 명예 회복이 중단되지 않도록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권력에 의한 국민의 피해와 희생을 규명하는 일에 국가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뒤로 물러서서는 안 된다. 진상조사에 필요한 조치와 지원을 분명하게 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대표로 참석한 한덕수 총리는 “정부는 진상규명 조사기간을 연장하는 내용 등을 담은 여순사건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와 더욱 긴밀하게 소통·협력하는 등 앞으로도 여순사건이 지워진 비극이 아니라 살아있는 대한민국의 역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유가족들의 가장 큰 염원인 희생자 심사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심사 체계를 개선하고 전문인력을 새로이 보강하겠다”고 유족들앞에서 약속했다.

한편 추념식에 앞서 박금만 화백의 여순역사화 전시와 여순 사건 사진 전시도 행사장 주변에서 열렸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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