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년을 앞둔 탁형도 차장을 만났다. 그는 33년간 광양시 행사 사진을 책임져온 인물이다. 처음 인터뷰를 요청하는 전화를 했을 때, 약간 계면쩍한 목소리로 말꼬리를 흐렸다.

하지만 33년간 묵묵히 행사장을 누비며 자신이 맡은 일을 해온 탁 차장을 꼭 한번 만나서 그동안의 소회를 묻고 싶었다.

지난 30일 오후 두시, 그가 근무하고 있는 시청 사무실에서 만남을 가졌다. 물론 초면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와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이 없기에 어쩌면 초면이라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이지 싶다. 어떤 사람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면 모두가 초면이나 다름 없는 법이니까.

먼저 어떻게 사진을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해 물었다. “서울에서 아는 지인 형님을 돕다가 어머니가 몸이 좋지 않자 고향으로 내려 오게 됐고 어떻게 하다 보니 1991년 광양군청에서 보도 사진 담당자로 첫 발을 내딛었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사진을 흑백과 칼라 두 종류로 동시에 찍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급한 사진은 흑백으로 찍어 바로 인화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만 해도 암실을 갖추고 직접 사진을 인화했다. 지금 돌아보면 정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 같은데, 그런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돌아보니 벌써 33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러 이렇게 올해 정년퇴임을 앞두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33년간 현장을 누비면서 많은 일을 목격했지만 그 중에 가장 보람된 일은 2002년 루사가 광양시를 쓸고 지나갔을 때라고 했다. “그때 광양시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계곡이란 계곡 농토란 농토는 죄다 루사가 휩쓸고 가는 바람에 천지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때 현장에서 루사 피해 기초작업에 착수하게 됐는데 내 사진이 현장 보존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은 지금도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그의 사진기를 스치고 간 지자체장만 해도 무려 9명이다. 그중에 벌써 3~4명은 세상을 뜨기도 했다고. 그래서 물었다. 혹시 그동안 모셨던 지자체장들 사진 전시회를 한번 개최하면 어떻겠느냐고. 그러자 그건 예산도 수반 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다음에 생각해 볼 문제라고 답했다. 필자 역시 기자인지라, 보도 사진에 대한 꿀팁을 주문했더니 자리 선점을 강조했다.

다만 자리를 선점할 때도 나름 예의가 있다고. “현장에서 함께 사진을 찍는데도 나름 예의가 필요하다. 먼저 행사하는 주최 측에 좋은 자리를 양보한 다음 사진을 찍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 그러지 않은 기자들도 더러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때가 종종있다”고 설명했다.

요즘 탁 차장의 자리를 이어 받고 있는 신나라씨는 “저는 인물 중심의 사진을 주로 찍는 편이었는데, 탁 차장님은 사진만 보고도 현장 상황이 잘 전달 될 수 있는 분위기를 찍는 게 중요하다 조언해 주셨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임 후 계획을 물었더니 “정년퇴임을 하고 나면 일단 좋아하는 낚시를 실컷 다니면서 2모작 인생을 계획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비록 화려한 주목을 받는 자리는 아니지만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낸 탁형도 차장이야말로 참다운 장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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