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다 보면 줏대(主臺 사물의 중요한 부분) 없이 남의 의견만 따라갈 때가 있다. 그런 이유의 대부분을 살펴보면 그 분야에 대해 실력이 없거나 또는 그 사람이 나보다 지위가 높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일단 실력 없이 어떤 자리에 앉다 보면 줏대를 상실할 수밖에 없는 법이다. 그렇지 않다면 자기를 더 위엄 있게 포장하면서 속내를 알 수 없도록 한다.

하지만 개가 사납게 짖는 것은 자신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는 경고처럼 실력 없는 사람들이 종종 화를 불같이 내는 이유다. 맹마수령(盲馬隨鈴)’이라는 고사 성어가 있다. 눈먼 망아지가 워낭 소리를 듣고 따라간다는 뜻으로, 맹목적으로 남이 하는 대로 따라 함을 비꼬는 말이다. 문제는 작은 조직이라면 그런대로 눈감아 줄 수도 있겠지만 국가를 움직이는 수장이 그렇다면 이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솔직히 말이 쉬워 충언이지, 누가 높은 사람에게 충언을 할 수 있겠는가.

그나마 조선 시대 관료들은 왕에게 간언을 하다가 유배간 사람이 많은데, 민주주의를 살고 있는 지금은 오히려 충언하는 사람보다 아부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은 참으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종종 사극을 통해 임금과 신하들이 모여 어전 회의하는 장면을 보게 되는데 그때 주로 등장하는 대사가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등이다.

말 그대로 ‘동촉’(洞燭)은 ‘빛을 밝게 비추다’는 뜻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형편을 깊이 헤아린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성은이 망극(罔極)하다는 말도 자주 하는데 이 역시 임금의 은혜가 한도 끝도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모든 대사들을 종합해 보면 충언을 우회적으로 돌려 말하고 있는 것이지만 어느 조직이든 ‘아부(阿附)는 존재하게 마련이다.

아부는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알랑거리나 과대 칭송을 하는 행위를 말한다. ‘나폴레옹‘이 말하기를 “아부를 잘하는 사람은 헐뜯거나 비방하는 요령도 잘 터득하고 있는 사람이다”고 말했는데 참으로 정곡을 찌르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아부를 하는 목적은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함이다. 그래서 종종 혈연 지연 학연 등은 아부하는 자들의 좋은 먹잇감으로 이용되곤 한다. 그러나 지도자가 바른 눈과 바른 귀를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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