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광양읍사무소 박수해 맞춤형복지팀장

▲ 광양읍 맞춤형복지팀 왼쪽부터 홍유나 주무관 박수해 팀장 김상근 주무관 강진욱 사회복무요원

1991년 고향 전남 진도에서 첫 공직 생활을 시작한 지 33년째, 남편 직장을 따라 광양에 온 지도 벌써 15년이다.
박 팀장의 하루 일과는 ‘청소’로 시작한다. 일찍 출근해서 동료들의 책상을 닦는다. 내 책상만 닦자니 ‘이왕 걸레 든 김에 닦자’ 하고 시작한 것이 일상처럼 되었다. 봉강면사무소에 근무할 때는 면사무소 마당을 쓸었다. 떨어진 나뭇잎들이 쌓여 날리니 빗자루를 들 수 밖에 없었다.

참 부지런하다. ‘그냥 한다’고 말하지만 살다 보면 생각처럼 쉽지 않고, 또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짧은 휴가마저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를 돌보느라 병원 순례를 할 만큼 집에서도 밖에서도 박 팀장은 타인을 돌보고 보살피는 일에 마음을 다한다. 그렇기에 푹푹 찌는 염천의 날씨에도 맞춤형 복지 업무는 미룰 수가 없다.

지난 9일, 긴 시간 끝에 마무리 된 한 수급대상자의 맞춤형 복지 사례를 보더라도 박수해 팀장의 일에 대한 열정과 진정성이 느껴진다. 자녀를 먼저 저세상으로 떠나보내고, 코로나로 생계가 어려워진데다 극심한 우울증과 공황장애까지 겹쳐 생계가 막막하던 광양읍 A씨는 절망과 실의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휴대폰 요금도 내지 못해 전화도 사용할 수 없었던 A씨는 어느 날 광양읍사무소의 긴급복지 관련 안내를 보고 옆 사람의 휴대폰을 빌려 맞춤형복지팀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때부터 박수해 팀장과 A씨의 인연이 시작됐고, 광양읍 맞춤형복지팀의 ‘A씨 구하기 작전’이 시작됐다.

살고 있던 원룸의 월세는 물론이고 전기요금 등 공과금까지 밀려있던 A씨의 주거급여를 신청하고 공과금을 해결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의 A씨를 위해 LH공사의 주거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광양읍 온천장으로 A씨의 거주지를 일단 옮겼다.

이후 지난 9일, 중마동 LH공사가 제공하는 임대아파트로 이사하기 까지 광양읍사회보장협의체, 라이온스클럽, 밀알회, 광양성당 빈첸시오봉사단 등의 도움을 받아 A씨의 생계를 꾸준히 챙겨왔다.

광양읍 맞춤형복지팀의 이러한 노력에도 공황장애, 우울증으로 무력감을 느끼던 A씨는 가끔 ‘죽고 싶다’며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그럴 때 마다 박수해 팀장은 “그런 말 하시 마시라,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하는데 왜 그런 말을 하느냐”며 A씨를 따뜻하게 다독거렸다.

광양읍복지기동대 ‘감동지기대‘의 도움으로 깨끗한 새집으로 이사를 마친 A씨를 위해 광양읍맞춤형복지팀과 ‘A씨 구하기’에 함께 해온 봉사단은 티비, 냉장고, 전자렌지, 가스렌지 등 필요한 가재도구를 장만해 주었다.

A씨는 ‘이제부터는 잘 살아보겠다. 감사하다’며 주변의 도움에 감동하며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A씨는 전입신고를 마치고 광양읍 주민에서 중마동 주민이 됐다.

박수해 팀장

박수해 팀장은 “A씨는 이제 광양읍 주민이 아니라 중마동 주민이다. 꾸준한 사후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2개월 동안 유예기간을 달라고 했다”며 “A씨를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한 건 맞춤형복지팀이 아니라 주변의 많은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말로 감사드리고, A씨가 건강하게 잘 살아가시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박수해 팀장은 사회복지업무를 하고 있지만 사회복지직종이 아닌 행정직이다. 광양의 첫 근무지는 다압면이었고, 안전도시국 6년, 2008년 장애인 업무를 시작한 광양읍 근무는 두번째다.

작년 말, 지원받은 쌀과 라면 등 가득 쌓인 물품을 정리하려고 의자에 올라갔다가 그만 떨어져서 다리를 크게 다쳤고 5개월간 공상 휴직을 했었다.

주변에서는 이런 박수해 팀장을 두고 “사회복지직도 아닌 행정직이 저렇게 열심히 할 수가 있느냐, 맞춤형복지의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챙기는 모습에 감동한다”며 “이번에 마무리한 수급대상자는 박 팀장의 관심과 열정이 아니었으면 어려웠을지 모른다. 귀감이 된다”고 칭찬했다.

박 팀장은 “지금껏 자신을 위해 누구한테 뭘 달라거나, 해달라고 요구를 한 적이 없었는데 봉사업무를 하면서 뻔뻔해졌다”며 “정부양곡이 나오기 때문에 쌀이 부족하지는 않은 거 같다. 실제로 쌀 보다는 라면을 더 선호한다. 기왕 후원해 주실거면 정말 필요한 참치, 햄 이런 것을 달라고 요구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광양시의 복지 수급대상자 중 절반가량인 42%가 광양읍에 거주한다. 대상자가 너무 많고, 사각지대 발굴도 어렵기 때문에 관리하기가 어렵다”며 “팀장 1명에 행정직 1명 복지사 2명 총 4명이 근무하는데, 대상자 수에 비해 인력이 부족해 더욱 촘촘한 양질의 맞춤형복지 업무를 하기에는 힘에 부친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맞춤형복지팀의 업무는 현장 업무다. 복지 물품을 전달하러 갈 때도 어려움이 많다. 오래 된 작은 차에 물품을 싣고 대상자의 집을 찾아가는 일도 쉽지 않다”며 “한 사람의 수급대상자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대상자 발굴부터 모니터링, 왜 이렇게 됐는지 수시로 체크하고 방문해야 한다. 직원들에게 욕설을 하고 함부로 대하는 수급대상자도 많기 때문에 관리를 위해서는 수시로 방문해서 얼굴을 익히고 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또, “이번 대상자 관리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맞춤형복지팀만으로는 어렵다. 발굴부터 마지막 관리까지 지역의 민간 자원이 도와주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며 “광양읍 사회보장협의체를 비롯한 지역의 봉사단체와의 유기적 관계가 잘 유지되기 때문에 잘 돌아간다.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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