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망설존(齒亡舌存)이라는 고사가 있다. ‘이는 빠져도 혀는 남아 있다’라는 뜻이다. 강한 자는 망하기 쉽고 유연한 자는 오래 존속됨을 비유하는 말인데 노자(老子)에게서 유래된 고사성어다.

노자가 어느날 병석에 누운 스승 상종을 찾아 뵙고 유언을 부탁했다. 한 마디로 마지막 가르침을 구한 것이다. 그러자 상종은 자기 입을 벌려 노자에게 보여 주며 “내 혀가 아직 있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노자가 “네 아직 남아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내 이가 아직 있느냐?”라고 물었고 노자가 “다 빠지고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상종이 “왜 그런지 알겠느냐”라고 묻자 노자가 “혀가 남아 있는 것은 그것이 부드럽기 때문이고 이가 다 빠지고 없는 것은 그것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노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단번에 깨달은 것이다.

우리 속담에도 강하는 것은 쉽게 부러지지만 부드러운 것은 오래간다고 했는데 다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는 말이다. 스승이 죽고 난 후 노자가 강대처하(强大處下) 유약처상(柔弱處上)의 역설을 수시로 강조했던 이유다.

즉, ‘강하고 큰 것은 아래에 처하고 부드럽고 약한 것이 위에 처한다’는 뜻인데 한마디로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논리다. 봄에 새싹들이 딱딱한 흙을 뚫고 나오는 모습과 태풍 앞에 크고 강한 나무들이 쓰러지는 모습만 봐도 그렇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노자는 도덕경(道德經)을 통해 부드러운 것이 실은 진짜 강하다는 역설을 끝없이 보여 주고 있다. 가만히 세상 이치를 살펴 보면 노자의 가르침이 참으로 타당하다는 것에 절로 동의 하게 된다. 사람들은 남을 지배하는 힘을 가지고 싶어 그렇게 안달을 하지만, 그 힘이 오히려 자신을 망치게 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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