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15일, 36년간의 일제 강점에서 해방된 광복절 79주년을 씁쓸하게 맞았습니다. 국민의 도리로 태극기를 게양했지만, 국론의 분열로 광복절 기념식마저 제대로 거행하지 못하는 세상, 눈떠 보기 싫은 날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게 나라입니까. 아무것도 쓰고 싶지 않지만 이대로 보낼 수 없어 마지못해 글을 올립니다.

1950년 6월 25일, 남북 전쟁의 시작은 있었지만 아직도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못한 채 74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강산이 일곱 번 변할 동안 휴전 상태에 머물러 있는 현실은 우리 민족의 비극이 아닙니까. 하기에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의 물꼬를 트기 위한 문익환 목사의 방북 결단은 세계를 놀라게 했던 것입니다.

반공법, 보안법이 국민의 자유를 옭아매고 있었지만 정보원들의 감시망을 뚫고 북한에 들어간 문익환 목사는 김일성 주석과 얼싸안으며 남북 대화의 다리를 놓았습니다. 이 다리를 건너서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15 공동선언이 발표되었고, 2007년, 노무현 정부의 10,4 공동선언으로 이어졌습니다. 김대중, 노무현의 뒤를 제대로 계승했더라면 남북의 대화와 평화는 상당히 진전되었을 것입니다.

문목사가 정치를 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결행한 일이었습니까? 오로지 조국의 평화와 민족 통일을 향한 뜨거운 열망과 책임감이 남달랐기 때문에 한신대학 교수로서, 성서공회 성서번역 실장으로서 얼마든지 안락하게 살 수 있었지만 이 땅의 평화를 위해 감옥을 내 집처럼 들락거리는 고난의 길을 가신 것입니다.

지구촌에 유일한 분단국가, 그 이름은 대한민국입니다. 평화 통일이라는 오랜 숙제를 안고 사는 민족이기에 우리의 앞길에는 갈라진 민족을 통일하는 일보다 더 큰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평화와 통일의 길은 험하고 어려워도 반드시 가야 할 역사적 사명이며 현실적 요청이기 때문입니다.

독립운동의 의미와 가치를 기억, 계승하는 독립운동기념관장엔 그간 보수, 진보 정부를 가리지 않고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애국지사의 후손, 또는 독립운동사 연구의 권위자를 임명해 왔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검사가 파격을 넘어 도무지 납득할 길 없는 막장 인사를 저질렀습니다. 독립운동과는 아무런 연고도 없고 광복의 의미를 왜곡한 인물, 김형석을 기습적으로 독립기념관장으로 발령했습니다. 인사 참사를 넘어 만행에 가깝습니다. 국가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요, 역대 최악의 역사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공법 단체인 광복회를 비롯한 이 땅의 진정한 보수세력들도 분노했습니다.

‘역사를 잃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신채호)고 했는데 윤석열의 횡포를 수수방관하고 있어야 하겠습니까. 이 땅에 사회정의가 무너져야 되겠습니까. 국민들은 결코 용서할 수 없습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며 투쟁하고 돌아가신 헤아릴 수 없는 수 많은 독립운동가들 앞에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부끄럽고 참담한 광복절입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촛불혁명으로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박근혜의 권력을 끌어내린 풀뿌리 민중의 저력으로 쟁취한 민주주의처럼 우리의 해방과 자유는 우리 촛불 시민의 지혜와 힘을 모을 때 성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행동하는 양심인 국민이 스스로 이 땅의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기 위한 시민운동, 제2의 독립운동이 절실합니다. 이제라도 역사적인 광복절을 뜻깊게 경축하고, 불행했던 일제강점기처럼 암흑의 역사가 되풀이하지 않도록 깨어 있는 역사의식이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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