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시선이 나를 부른다는 착각이 든다. 시내 한복판이면 내가 눈길을 끌어서라고 우겨 볼 만하다. 하지만 예배가 끝나고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 남자들이 삼삼오오 모인 자리를 도도하게 걸어가며 자기도취에 젖은 날도 있었다. 피식, 웃음이 터진다. 잘난 척 걷다가 길바닥에 넘어져 쪽팔린 기억이 스멀거린다. 희극보다는 비극이 뇌리에 강하게 박히기 마련이다.

길어진 예배가 끝나고 홀가분한 마음에 긴장이 누그러져서인가. 묵직한 오르간 소리와 귓가를 맴돈 기도의 여운이 어색하게 내 옷자락 끝에 매달린다. 끈질기다. 내 기도가 매달린 게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기적을 바라는 욕망이 나에게 들러붙은 거다. 그 소리가 내 몸을 진동하며 최면을 건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읊조리는 기도가 신에게 부담되지 말기를 바란다. 기독교가 아니더라도 신을 부르며 간구하는 이들은 넘쳐나지 않는가.

아동부 교사 일을 11년 남짓하고 오랫동안 내려놓았다. 일주일 중 1시간 예배 후 도망가는 나에게 순종의 일상을 넌지시 권하는 분들도 적잖다. 문제는 내가 봉사의 비중을 조절하지 못해 압사당할까 봐 두렵다는 사실이다. 무게와 책임을 감당하는 몫은 오롯이 개인적이라 현실과 이상의 갈래 길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무조건 순종하라는 말이 현실적으로 닿지 않는다. 흔쾌한 마음이 아니면 거추장스러운 장신구에 불과하다.

그저 기도하며 내 마음을 내보일 뿐이다. 눈감고 다듬지 않은 날것인 언어로 나열한다. 엉킨 목걸이는 급히 풀수록 얽히듯이 언어를 꾸미려 애쓰면 불편해진다. 이제는 주변의 권유로 봉사하기보다 적당한 때 내면의 소리에 맞춰 움직여도 괜찮으리라.

교회 주차장에 주차된 내 차를 향해 다시 움직인다. 선생님, 하는 소리가 들린다. 주위를 둘러보니 몇 걸음 앞에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이 눈에 띈다. 덩치는 큰데 낯익은 얼굴이 아니다. 학생 얼굴이 나를 향해 다가선다. 가까이 봐도 낯설다. 잘못 들은 거겠지, 학생을 지나친다.

“선생님, 저 주민이요.”

이름이 튀어나오자 학생의 얼굴이 또렷해진다. 여드름 난 얼굴 위로 9살짜리 앳되고 새침한 꼬마 아이의 표정이 덧입혀진다. 아동부 시절 잘 따르고 귀여워 자주 안아주던 아이였지. 아, 주민이~. 입에서 반가운 언어가 먼저 학생을 알은체한다.

“주민아, 미안. 너무 멋져서 몰랐어. 선생님 알아봐 줘 고맙다.”

한때 아동부 교사라는 직분이 버거워 던져버렸다. 팽개친 그 옷을 나에게 다시 입혀준 아이가 고마워 껴안았다. 어쩌면 누군가 날 잊지 않고 정답게 불러주기를 기다렸나 보다. 내가 안아주는데 오히려 아이가 나를 보듬는 꼴이다.

처음엔 9살 시절 모습과는 사뭇 달라진 아이를 보고 놀랐다. 앞서 인사를 건넨 아이가 고마우면서도 변한 주민이 모습이 아쉬워 티를 내려는 날 누른다. 세월 흔적이 내려앉은 날 마주한 주민이의 마음도 비슷하리라. 보이지 않는 신의 존재와 내 옷자락에 매달린 의심의 무게가 스러진다. 내 마음을 건드린 이 아이가 신인 건가. 아이와 만난 순간이 나에게는 기도하지 않은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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