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 정치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물론 많은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지 싶은 생각이다. 능력이 없는데도 윗자리에 앉아 사람들을 부리며 국민들을 괴롭힌다. 그러니 행정이 제대로 돌아갈 턱이 있겠는가. ​이런 모습을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반식재상(伴食宰相)이라는 고사가 떠올랐다.

이 고사는 곁에서 같이 밥 먹는 ‘재상’이라는 뜻으로 재능도 갖지 못한 사람이 하는 것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다. 그러나 당나라 현종을 보필하던 요숭(姚崇)이라는 재상은 달랐다. 그는 현종을 도와 아주 나랏일을 신속 정확하게 잘 처리했다.

그러던 중 휴가를 받아 잠시 요숭이 쉬러 떠나자, 그 자리에 또 다른 재상인 노회신(盧懷愼)이 모든 정무를 보게 됐다. 노회신 역시 청렴결백하고 또 부지런히 일하는 재상이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요숭처럼 빠르게 일을 처리할 수는 없었다.

그러자 노회신은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요숭이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자 그다음부터는 모든 정무를 요숭과 상의해 처리했다. 이런 노회신의 무능을 본 대신들이 이때부터 노회신을 반식재상(伴食宰相)으로 불렀다.

그러나 노회신은 자신의 한계를 미리 깨닫고 요숭과 함께 일을 처리했지만, 현재 우리나라 고위 공직자들은 아예 그런 깨달음조차 없다. 자신의 무능을 깨닫는 것은 새로 간에 능력이 있는 사람마저 무능한 존재로 만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어지럽히는 자들은 다름 아닌 정치인들이다.

세상을 바로 잡겠다는 그들이 오히려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는 아이러니가 대수롭지 않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그들이야 말로 자리만 차지한 채 무위도식(無爲徒食)하면서 세금만 축내고 있는 자들이다. 그런데 특권은 또 어쩌면 그렇게도 많은지. 정말 낯짝이 두꺼워도 너무 두꺼운 그들이다. 염치나 부끄럼 따위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저 “오호 통재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툭하면 정쟁을 일삼는 국회의원들이야 말로 반식재상의 대표주자들이다. 오죽했으면 국민들에게 해를 입히는 존재라고 해서 ‘국해의원(國害議員)’이라는 조롱 섞인 탄식을 대 놓고 퍼붓겠는가. 문제는 그렇게 해도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늘 그래왔지만 부끄러움은 국민들 몫이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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