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다가/ 잠시 꽃이랑/ 함께하는 시간은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지/ 꽃향기를 맡는 순간에는/ 인생살이 괴로움과 슬픔/ 거짓말 같이 사라진다.」 
정연복 시인의 “꽃향기”라는 詩이다. 꽃의 아름다운 모양과 색깔 그리고 은은한 향기는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삶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그런가 하면 각각의 꽃들은 서로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랑과 존경, 부귀, 번영 등 좋은 꽃말도 있고 배신, 저주, 죽음, 복수와 같은 나쁜 의미의 꽃말도 갖고 있다. 위의 시에서 시인은 꽃의 아름다움보다 짙은 꽃향기에서 삶의 안위(安危)를 느끼는 것 같다. 향기가 없는 꽃도 있을까? 꽃은 사람이 태어나서 무덤에 갈 때까지 중요한 과정마다 함께한다. 

그런데 살아 있는 사람에게 주는 꽃은 대체로 향기가 있지만, 죽은 이에게 주는 꽃은 향기가 없는 것으로 바꾸어 지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상이다. 자세하게 말하면 꽃처럼 생긴 실내장식용 플라스틱 장식품이 조화(造花)라는 이름으로 대량 생산되어 꽃을 대신하고 있다. 행사용 축하화환도 장례식장의 조문화환도 생화(生花)와 조화를 섞어 만들고 있다. 플라스틱 조화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은, 가족의 무덤 앞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어느 곳이나 규제되지 않는 공설묘지를 가보면 울긋불긋 꽃동산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플라스틱 모조품이고 눈길이 잘 가지 않는 곳에는 변색한 조화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는 것도 볼 수 있다. 사람이 죽으면 神이 된다. 신에게 바치는 꽃이 대부분 가짜이고 사람의 손으로 신의 눈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고 할 수 있다. 옛날 성묘길에는 주·과·포·혜(酒·果·脯·醯)를 준비하였다. 꽃은 없었다. 술과 과일과 육포, 식혜를 가져가면 된다. 유교적인 우리의 전통문화에서는 무덤 앞에 꽃을 두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 물론 상여에는 종이로 만든 꽃으로 장식하기는 했다. 

지금의 헌화(獻花)문화는 아마 불교나 기독교의 종교문화일 것이다. 묘지 앞에 바쳐지는 조화는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다. 연간 2000M/T정도가 된다고 한다. 가짜 꽃으로 신을 속이는 무례함보다 더 놀라운 일은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다. 수입되는 2000M/T중에서 1550M/T정도가 버려지고 이를 치우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매년 327억 원이나 된다고 한다.또한 탄소의 배출과 납과 카드뮴, 미세먼지 등이 발생 되기도 하는 환경오염도 있다고 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몇몇 지자체들이 공설묘지에 플라스틱 조화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경남 김해시는 이미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고 제주도 출신 위성곤 국회의원은 공설묘지와 법인묘지에 플라스틱 조화 반입을 금지하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 한바 있다. 우리시의 경우는 어떨까? 광양읍 죽림리 소재 영세공원의 경우를 알아봤다. 자연장지와 매화당(납골당)은 반입을 금하지만 기존 봉안당이나 묘지에는 제한이 없다. 발생되는 쓰레기는 쓰레기매립장에 매립처리 된다고 하였다.

아마도 다른 지역에 비해 심각하게 많은 양이 반입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수입 조화의 사용은 환경문제 말고도 경제 문제도 걸려있다. 외화의 유출과 함께 생화 소비 감축은 꽃재배 농가의 경영위축으로 연결되었다. 우리시도 한때 화훼산업을 전략 품목으로 선택하고 규모있게 재배단지를 조성하였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쇠퇴하고 말았다. 국내산 꽃의 소비감소가 가져온 결과였다. 향기 짙은 우리 꽃을 더 즐겨찾는 분위기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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