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강물에 마음을 띄워본다. 봄기운이 완연한 3월26일(화), 27일(수) 광양시문화관광해설사회 회원 21명이 거창과 산청으로 선진지 답사를 다녀왔다. 아침부터 배웅하러 와주신 정인화 시장님과 관광과장님, 팀장님 및 관계자분들 덕분에 그동안의 피로가 확 풀렸다.

광양의 매화축제와 동백축제, 벚꽃축제를 잘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첫 번째 방문지인 거창 황산전통마을로 향했다. 우리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아침 일찍부터 준비를 하고 방문객을 기다리는 거창 해설사님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반겨주신 김미화 해설사님을 만나 황산전통마을을 둘러보았다.

황산전통마을

1540년(조선중종 35년)에 요수 신권선생이 거주하며 후학들을 양성한 이후 신(愼)씨들의 집성촌이 된 한옥마을이었다. 약 1.2km의 옛 담장이 480년의 연륜을 말해주며 한옥과 잘 어우러져 매우 아늑하고 정감이 있는 마을이었다.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 보다는 규모는 작았지만 가옥마다 대감댁, 교장댁, 국장댁등 택호를 붙어놓아 인상적이었다. 가족과 여행을 할 때 하루저녁 머물고 싶은 포근한 동네이었다.

다음은 거창의 대표적인 관광지 수승대가 있는 원학동 계곡의 수승대 출렁다리를 걸어 보았다. 말이 출렁다리라고 했지만 하나도 출렁거리지 않아서 더 놀라웠다. 성령산과 호음산의 등산로를 연결한 지상 50m 높이에 설치된 204m 길이로 다리에서 바라보는 계곡의 풍경은 막 그려진 산수화를 보는 것 같은 풋풋함과 싱그러움이 함께했다. 마침 어제 내린 비 덕분에 계곡물이 물거품을 내며 힘차게 내려와 가슴이 후련해졌다.

거창의 빼어난 명승지 수송대

근심걱정을 잊을 만큼 승경이 훌륭한 곳이라는 뜻과 신라와 백제의 국경지역 이였던 이곳에서 백제에서 신라로 가는 사신을 전별하던 곳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을 근심하였다고 해서 근심 수(愁), 보낼 송(送)자를 써서 수송대(愁送臺)라 하였다고 한다. 그 후 퇴계 이황선생님이 이곳의 풍경을 예찬 하면서 수송대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하며 이곳의 산수를 예찬하는 詩가 바위에 새겨져 있다고 한다. 매천선생님도 이곳을 다녀가셨다고 한다.

수송대의 거북바위는 수 천년의 자연이 만들어낸 걸 작품이었다. 푸르른 계곡물과 그 계곡물의 가락소리, 아름드리 소나무와 어우러진 거북모양의 큰 바위는 말없이 우리들에게 이 강산의 아름다움을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물이 많아서 가까이 접근하지 못했지만 거북바위를 휘감아 내려오는 백류의 물길은 가히 한국의 명승이라 할 만하였다.

점심은 싱싱한 버섯전골로 동료들과 맛있게 먹었다. 오후의 첫 방문지는 ‘동계종택(정온선생 고택)’이였다. 동계종택은 이곳 출신으로서 강직한 선비의 삶을 살다 가신 정온(1569-1632)선생의 생가로서 추위를 견딜 수 있는 북방식 겹집형태로 지어졌고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사랑채 누마루는 겹집방식으로 건축된 눈썹지붕이 눈에 띄었다. 집안에는 오래된 매화나무가 세월을 지키고 있었고 창과 문이 잘 조화를 이루는 고풍스러운 고택이었다. 마침 집안의 종손이신 정완수님을 만나 집안의 내력과 매화나무의 유래를 알 수 있었다.

농산리 석조여래입상

다음은 이번 답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농산리 석조여래입상’을 만나게 되었다. 답사 전에 미리 예습을 하였는데 생각보다 규모 있고 균형이 잡힌 걸작이었다. 학자들의 견해처럼 통일신라말의 여래입상이라면 1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불어도 그 자리를 꿋꿋이 지키며 백성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신 것이다. 중생을 구제하시는 부처(여래)는 저 외로운 광야에서 풍찬노숙을 하며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계셨다. 저절로 고개를 숙이며 두 손 모아 인사를 드렸다.

이제 거창의 또 하나의 명소 Y자형 출렁다리를 향해 우리들은 버스에 몸을 실었다. 거창 Y자형 출렁다리는 가조 힐링랜드와 함께 어우러져 설치되었다. 해발 620m 지점에 교각 없이 깎아지른 협곡을 세 방향으로 연결한 국내 유일의 산악 보도교 이다. 지상높이 60m, 총길이 109m이다. 견암폭포의 시원하고 긴 물줄기가 커다란 바위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 마치 승천하는 龍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우리 일행은 약간의 긴장 속에서 폭포를 배경으로 추억의 기념사진을 찍었다.

Y자형 출렁다리는 500개이상의 계단을 이용해서 가야한다. 계단마다 문구가 적혀져 있었는데 솔직히 출렁다리는 이제 별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 계단에 씌여진 문구한마디가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좋은 나에게 좋은 당신이 왔습니다” 그렇다. 우선 내가 거울이고 내가 본보기가 되어야하는게 맞다. 남을 강요하거나 원하는건 내 욕심인거였어. 많은 생각과 반성을 해보았다.

이번에는 거창 박물관이다. 인구 3만의 도시가 거창한 박물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그곳에 전시된 채색본 대동여지도를 비롯한 귀중품들이 가득 차 있었다. 내부에는 우리 선조들의 땀내 나는 농기구에서부터 둔마리 벽화고분의 모형까지 삼국시대 군사적 요충지였던 거창의 역사유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소중한 장소였다. 야외에는 친근한 석불과 석탑, 연자방아, 주춧돌이 놓여 져 정감 스러웠고 거창문화원, 거창문화재단이 함께하는 거창문화센터가 있었다.

아직도 독립문화원사를 갖지 못하고 소중한 역사자료를 보관할 장소마저 없는 우리 광양시로서는 꼭 한번 관계자들이 들러 보아야 할 곳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첫날 마무리 코스인 거창창포원에 들렸다. 2011년 1월 거창군 남상면 일대에 합천댐을 만들면서 생겨난 수몰 지구를 친환경생태정원으로 만들고자 사업을 시작하였고 10년의 준비 끝에 2021년 봄에 개관하였다고한다. 전체면적은 424.164m2(약13만평)이다.

봄에는 100만본 이상 식재된 꽃창포가 아름다운 군락을 이루고 여름철에는 연꽃, 수련, 수국이 절정을 이룬다고 한다. 가을에는 국화와 단풍이 아름다움을 뽐낸다고 한다. 거창여행을 하면서 꼭 들러 보시면 좋겠다. 저녁식사는 호박고추장제육볶음을 먹었는데 주인할머니의 게미진 손맛으로 만들어낸 반찬들이 맛있어서 기분 좋게 일행들과 행복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숙소는 기대이상 편하고 안락했다. 꿀잠을 자고 숙소 내 사우나로 갔는데 알카리성 물이 참 좋았다. 피곤을 풀면서 오늘 답사지를 1시간여 예습을 하고 아침을 편하게 먹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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