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당신께

김장을 하고 텃밭에 남겨 둔 배추와 작은 들풀에도 서리가 내려 예쁜 서리꽃을 만들어 내고 있는 초겨울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당신, 김장은 하셨는지요 ~? 마당에 있던 화분들도 거실로 옮겼는지 궁금합니다.

김장의 시기에 대해 알아 보다가 낮동안은 따뜻한 햇볕을, 밤동안은 찬서리 맞기를 반복하면서 배추가 탄탄하니 힘이 생기고 아삭한 맛을 지니게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서리가 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일반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다시 서리에 대해 생각하면서 나에게도 여김없이 내리는 서리에 대해서 고찰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삶은 "서리"가 언제든 내릴 수 있음을, 잠깐 얼수는 있지만 속까지 냉해를 입지 않도록 여러겹의 잎이 오므라들어 속의 잎들을 보호하듯이 굴하지 않고 따뜻함을 유지하면서 살아가야 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친정 엄마랑 김장을 하면서 배추를 반으로 쩍~ 갈랐을 때 꽃보다 더 예쁜 노오란 배추꽃을 볼 수 있고 뜯어서 생으로 한잎 먹는 즐거움이 김장을 하는 고단함을 보상해 주었답니다.

겨울 채비의 분주함이 마무리되면 달콤새콤한 귤과 함께 와인에 과일과 계피 팔각을 넣고 끓인 따뜻한 "뱅쇼"를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 당신의 벗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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