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에 거주하며 ‘다일라운동’을 펼치고 있는 김석훈 씨가 편찬한 ‘우리말 범어사전(다일라출판사刊)’이 학계로부터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도에 편찬한 이 사전은 우리가 지금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우리말의 어원을 명쾌하게 밝힌 일종의 ‘우리말 뿌리 사전’이다.

그는 “이미 범어 어원 연구에 큰 업적을 이루신 故강상원 박사님의 범어대사전이 우리 곁에 있지만 많은 사람이 이 부분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큰 맥락의 측면에서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1899년 모니에르 윌리엄스 경(卿)이 쓴 ‘옥스퍼드 산스크리트 영어사전‘에서 1천336개 항목을 선택, 우리말과 범어의 상관관계를 독자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저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말 범어사전’은 동국정운, 신증유합, 훈몽자회 등을 참조해 15세기 이후 음운의 변화, 타밀어와 그 밖의 인도지역의 언어들(카슈미르어, 힌디어, 우르두어, 네팔어 등) 및 라틴어의 일부 단어를 실어 우리말과의 연관성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통해 적어도 3천500년 동안 초기 범어와 한자의 음운이 변치 않고 그대로 보전돼 훈민정음을 통해 이 세 언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 어원 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우리 상고(上古)역사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로 제시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초기 범어는 곧 우리 선조 동이족(東夷族) 말이었다는 것.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예를 들어 사귀다의 어원은 ‘사키=친구’이다. 단지 그 어간에 ‘다’만 더 붙이면 사귀다(사키다)가 된다. ‘삼베’는 ‘베를 짜다’라고 그대로 나와 있다. 아래 단어들은 옥스포드 범어사전 속에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전의 첫 단어로 ‘가(歌)’에 주목했다. 범어로 ‘ga(가)’, 한자어로 ‘가(歌)’, 우리말 발음으로 ‘가’ 등 이렇게 세 개가 일치하는 말은 우리말로서만 가능하다고 봤다. 이것은 한두 글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歌) 간(幹) 나(拿) 단(斷) 디혜(智慧) 따(地) 등 본문을 통해 100개 이상의 한자어가 정확히 맞아떨어지며 그 이상의 말이 거의 비슷하거나 같은 음운(音韻)을 형성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자(漢字·韓字)를 만든 주인공이 동이족이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주장했다. 또 사투리의 본뜻은 ‘왕족 및 무사’계급을 나타내며 그 말이 곧 ‘왕족 무사들의 언어’라는 뜻으로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왔다고 누차 강조했다. 특히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고흥에서는 왕족의 언어로 사투리가 그대로 사용됐음을 밝혀냈다는 것.

이를 근거로 범어(산스크리트어)의 역사는 적어도 3천500년이며 본문의 많은 단어들은 그 하나하나가 우리말의 여정이자 긴 역사를 담고 있다고 역설했다. ‘우리말 범어사전’은 초등생을 비롯, 중·고교생들은 물론 국문학 전공자들과 전문 언어학자의 연구교재로도 활용할 가치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는 “우리말을 쓰는 모든 이들이 우리말과 범어의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편찬되었으며, 어원연구는 곧 우리의 역사연구로 사전을 통해 초기범어의 주인공은 우리 선조들이었고 우리가 그 주체였음을 알리기 위해 저술했다”고 밝혔다.

한편 김석훈씨는 숭실대 정치외교학과와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동북아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우리말 뿌리 연구’를 비롯해 다양한 강연을 통해 우리말 가치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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